전세 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이후, 많은 분들이 전월세 계약서에 더 신중해졌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보면 여전히 같은 실수가 반복됩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현직 변호사의 눈으로 정리합니다. 이 10가지를 모두 확인한 후에 계약서에 서명하세요.
계약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① 등기부등본 — 권리관계의 시작이자 끝
계약 전 반드시 등기부등본을 직접 열람하세요. 인터넷 등기소(iros.go.kr)에서 700원에 실시간으로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확인할 사항은 세 가지입니다.
- 갑구(소유권 관련): 임대인이 실제 소유자인지, 가압류·압류·경매개시결정 등 처분 제한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 을구(소유권 이외 권리): 근저당권이 얼마나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근저당 채권최고액과 내 보증금을 합산하여 집 시세의 70%를 초과하면 경매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 계약 당일 재확인: 등기부는 실시간으로 바뀝니다. 계약 당일 잔금 직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② 임대인 본인 확인
등기부상 소유자와 계약 상대방이 동일인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대리인이 계약하는 경우에는 소유자 본인이 서명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요구하세요. 전세 사기 상당수가 “대리인”을 통한 계약에서 발생합니다.
③ 건물 관련 공적 서류 확인
전입신고와 확정일자의 전제 조건이 되는 건물의 합법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건축물대장(정부24에서 무료 열람)을 통해 불법 건축물 여부, 위반 건축물 여부를 확인하세요. 무허가 건물이나 위반 건축물은 경매 시 매각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대항력 인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계약서 작성 시 확인할 사항
④ 계약서 필수 기재 사항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6 및 같은 법 시행령에 따른 표준임대차계약서 양식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계약서에는 다음 항목이 반드시 기재되어야 합니다.
- 임대 목적물의 표시 (주소, 면적, 층)
- 보증금 및 차임 금액
- 임대 기간 (시작일과 종료일)
- 특약 사항 (수리 책임, 옵션 포함 여부 등)
- 임대인·임차인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또는 생년월일)
⑤ 특약 조항을 꼼꼼히
분쟁의 대부분은 특약 조항에서 발생합니다. 주요 체크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수리 책임 분담: “소모품은 임차인 부담, 시설 하자는 임대인 부담”처럼 구체적으로 명시하세요.
- 반려동물·흡연: 허용 여부와 원상복구 기준을 명시해야 퇴거 시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 계약 갱신 거절 사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른 계약갱신청구권(1회) 행사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세요.
- 전대차(전전세) 금지 여부: 명시되지 않으면 임대인 동의 없이 전대차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⑥ 보증금 반환 관련 특약
계약 종료 후 보증금 반환 시점과 방법을 명시하세요. “계약 만료 후 ○일 이내 반환” 또는 “새 임차인 계약 후 반환”처럼 조건을 달면 분쟁 소지가 생깁니다. 가능하면 “계약 만료 즉시 반환”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임차인에게 유리합니다.
계약 후 반드시 해야 할 사항
⑦ 전입신고 + 확정일자 — 당일 처리가 원칙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따라 임차인이 주택에 입주하고 전입신고를 마치면 대항력이 발생합니다. 대항력이란 집이 경매로 넘어가더라도 새 소유자에게 임대차 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대항력의 효력은 전입신고 익일 0시부터 발생하므로, 잔금 지급 당일 바로 전입신고를 마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확정일자는 같은 날 주민센터나 인터넷 등기소에서 받으세요. 확정일자가 있어야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에 따른 우선변제권(경매 배당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권리)이 생깁니다.
⑧ 임차권등기명령 — 이사 가기 전 꼭 알아야 할 제도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세요(「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이 등기가 완료되면 이사를 가더라도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이사 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합니다.
⑨ 전세보증보험 가입 여부 검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이 각각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상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입 요건(주택 유형, 보증금 한도, 임대인 동의 여부 등)이 기관마다 다르니 계약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험료가 수십만 원 수준이지만 수억 원 보증금을 지키는 안전장치입니다.
⑩ 계약서와 영수증 보관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현장에서 빠뜨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계약서 원본과 계약금·잔금 입금 내역(계좌이체 확인증)을 반드시 보관하세요. 분쟁 발생 시 가장 기본적인 증거가 됩니다. 계약서는 사진으로도 촬영해 클라우드에 백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추가 체크리스트
최근 급증한 전세 사기 유형에 대비하여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정리합니다.
- 깡통전세 여부: KB부동산,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 인근 실거래가를 확인하여 보증금이 시세의 80%를 넘지 않는지 확인하세요.
- 신탁 부동산 여부: 등기부등본 갑구에 ‘신탁’이 기재되어 있다면 수탁자(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체결한 임대차는 보호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신탁회사의 동의서를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 집주인 세금 체납 여부: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체납 여부를 임대인 동의를 받아 세무서와 지방자치단체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체납 세금은 전세보증금보다 우선 변제됩니다.
- 전세가율 주의: 전세가율(전세가÷매매가)이 70%를 초과하면 경매 시 보증금 전액 회수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치며 — 계약서 한 장이 수억 원을 지킨다
부동산 계약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닙니다. 전세보증금은 많은 분들에게 평생 모은 돈입니다. 계약서 한 장을 꼼꼼히 검토하는 데 드는 시간이 그 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 체크리스트를 계약 전날 한 번 더 읽어보고, 모든 항목을 확인한 후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한국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편집장의 검토를 마쳤습니다. 개인 법률 자문이나 투자 권유가 아니며, 구체적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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